로보택시 경쟁이 빠르게 현실의 서비스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Waymo는 9월 1일 덴버·샌디에이고·탬파에서 일반 승객을 받기 시작하며 완전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시를 14곳으로 늘렸다고 밝혔다.[^1] 같은 시기 Zoox도 미국 내 테스트·상용 지역을 확대했고, Tesla의 Cybercab은 오스틴에서 제한적인 운행을 시작했지만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의 인증 적정성 조사도 함께 받게 됐다.[^2][^3]
이 흐름에서 중요한 질문은 어느 회사 차가 가장 사람처럼 운전하느냐가 아니다. 로보택시의 경쟁 단위는 자동차 한 대가 아니라 도시 안에서 차량을 배치하고, 사고 책임을 정하고, 수요와 공급을 맞추고, 도로와 대중교통을 함께 운영하는 전체 시스템에 가깝다.
그래서 자율주행 기술이 좋아진다고 도시가 자동으로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공유 차량이 기존 자동차를 대체하고 대중교통과 결합하면 주차장과 도로 일부를 다른 용도로 돌릴 가능성이 생긴다. 반대로 빈 차 이동이 늘거나 개인 승용차를 단순히 무인차로 바꾸는 데 그치면 총 주행거리는 오히려 늘 수 있다. 도시가 얻는 효과는 자율주행의 정확도만큼이나 어떤 운영 모델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제는 데모보다 운영 규모가 중요하다
자율주행 산업은 오랫동안 ‘운전자가 손을 떼도 되는가’라는 기술 시연 중심으로 평가받았다. 지금은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Waymo가 공개한 숫자는 이 변화를 잘 보여준다. 회사는 14개 도시에서 완전 자율주행 승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8월 말 기준 완전 자율주행 누적 주행거리가 2억 마일을 넘었다고 밝혔다.[^1] Reuters에 따르면 Zoox도 라스베이거스의 유료 서비스를 바탕으로 휴스턴과 샌디에이고 등으로 운행 지역을 넓히고 있다.[^2]
이 단계에서 어려운 문제는 센서나 모델 성능만이 아니다. 수천 대의 차량을 어느 시간대에 어디에 놓을지, 충전과 정비는 어떻게 돌릴지, 승객이 몰리는 지역에서 대기시간을 어떻게 줄일지, 사고가 나면 운영사·제조사·소프트웨어 제공자 중 누가 책임질지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Tesla의 Cybercab 사례가 상징적이다. 핸들과 페달이 없는 전용 차량은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동차’라는 비전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미국 규제당국은 기존 안전기준을 이런 차량이 어떻게 충족했다고 자체 인증했는지 조사에 들어갔다.[^3] 기술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과 대규모 상용 교통수단으로 승인받는 것은 다른 문제다.
결국 로보택시의 진입장벽은 모델 성능 하나에서 운영 신뢰도 + 규제 적합성 + 차량 공급 + 서비스 네트워크의 결합으로 이동하고 있다.
자율주행이 도로를 줄여주는 것은 아니다
자율주행에 대한 도시계획 논의에서는 흔히 차선이 줄고 주차장이 사라지며 보행 공간이 늘어나는 미래가 그려진다. 가능성은 있다. 다만 중요한 조건이 빠지기 쉽다.
국제교통포럼(ITF)이 공유 자율주행 차량을 도시 전체에 적용한 시뮬레이션에서는 조건에 따라 기존 승용차의 최대 90%가 불필요해지고 상당한 공공 공간을 다른 용도로 돌릴 수 있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같은 연구는 대부분의 시나리오에서 총 주행거리가 증가했고, 효과는 차량 공유 수준과 차량 크기, 그리고 고용량 대중교통을 함께 유지하는지에 크게 좌우된다고 지적했다.[^4]
핵심은 간단하다.
사람이 자가용을 소유하지 않고 필요할 때 공동 차량을 부른다면 한 대가 하루 동안 여러 사람을 실어 나를 수 있다. 주차를 위해 도심 한가운데 차량을 세워 둘 필요도 줄어든다. 이 경우 도로와 주차 공간을 보행로, 녹지, 상업 공간으로 바꿀 여지가 커진다.
반대로 자율주행차가 기존 자가용을 그대로 대체하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차량이 주인을 내려주고 혼자 돌아다니거나 먼 곳으로 주차하러 가고, 사람이 운전할 필요가 없어져 더 먼 거리의 이동을 선택한다면 도로 사용량은 늘어난다. ‘운전이 자동화됐다’는 사실만으로 교통량이 감소하지 않는 이유다.
따라서 도시가 설계해야 하는 대상은 자율주행차가 아니라 자율주행차의 이용 방식이다.
서울도 이미 기술 실증을 넘어 서비스 운영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 문제는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서울시는 8월 20일부터 강남 심야 자율주행 택시를 7대에서 19대로 늘렸다. 카카오T를 통해 호출하는 실제 대시민 서비스이고, 서울시는 어린이보호구역을 포함한 운행 범위 확대와 주간 운행도 단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5]
19대는 Waymo의 글로벌 규모와 비교하면 작다. 하지만 도시정책 관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자율주행을 폐쇄된 테스트베드가 아니라 기존 택시 호출망과 실제 도로 안에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국의 경쟁력을 판단할 때도 ‘국산 자율주행 모델이 몇 점을 받았는가’만 보면 부족하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 승객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태우는지, 운행 가능 구역을 얼마나 넓히는지, 사람의 개입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규제기관과 보험사가 사고 책임을 어떤 방식으로 정리하는지다.
한국은 오히려 이 운영 단계에서 장점과 제약이 동시에 크다. 대도시의 인구밀도가 높고 택시 호출 플랫폼 사용이 보편적이어서 차량 가동률을 높이기 쉽다. 반면 도로가 복잡하고 이륜차·보행자·불법주정차 같은 예외 상황이 많아 기술과 운영의 난도도 높다. 높은 밀도는 좋은 시험장이면서 동시에 가장 어려운 시험장이다.
한국이 선점해야 할 것은 ‘차량’보다 운영 경험이다
로보택시에서 후발주자가 반드시 불리한 것은 아니다. 자동차 제조 역량, 통신망, 배터리, 반도체, 지도와 플랫폼 등 한국이 가진 자산은 많다. 문제는 이 자산들이 실제 서비스 운영 경험으로 연결되는 속도다.
자율주행 모델은 업데이트할 수 있지만 도시별 규제 경험과 사고 대응 프로세스, 승객 수요 데이터, 차량 배치 노하우는 운행을 계속하면서 쌓인다. Waymo가 여러 도시로 빠르게 확장할 수 있는 배경도 단순한 주행 알고리즘뿐 아니라 이미 구축한 운영 시스템에 있다.
그래서 한국의 정책 목표가 ‘레벨4 기술 확보’에만 머물면 늦을 수 있다. 기술 등급은 필요조건이지만, 상용화의 경쟁력은 다음 질문에서 갈린다.
- 안전요원 없이 실제 승객을 태운 주행거리는 얼마나 되는가.
- 한 대의 차량이 하루 중 실제 승객을 태우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가.
- 호출부터 탑승까지 평균 대기시간은 얼마나 짧은가.
- 원격지원이나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 상황은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가.
- 사고·보험·민원 처리 과정이 기존 택시와 동일한 수준으로 정착했는가.
- 지하철·버스와 경쟁하는 대신 마지막 1~2km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통합할 수 있는가.
이런 지표가 개선돼야 자율주행이 도시의 공간 구조까지 바꿀 수 있다.
로보택시를 자동차 산업의 다음 제품으로만 보면 경쟁의 절반만 보게 된다. 핵심 제품은 차량이 아니라 ‘필요할 때 안전하게 움직임을 제공하는 도시 서비스’다. 자율주행이 도로를 줄이고 보행 공간을 늘릴지, 빈 차를 더 많이 돌아다니게 만들지는 결국 도시가 어떤 운영 규칙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Sources
[^1]: Waymo, Welcoming our first riders in Denver, San Diego, and Tampa, 2026-09-01; Waymo, 10 AI Lessons from Driving 200+ Million Fully Autonomous Miles, 2026-08-26 [^2]: Reuters, Amazon's Zoox, Alphabet's Waymo expand robotaxi services to more US cities, 2026-09-01 [^3]: Reuters, US opens probe into Tesla self-certification of Cybercab robotaxis, 2026-09-04 [^4]: International Transport Forum, Urban Mobility System Upgrade: How shared self-driving cars could change city traffic [^5]: 서울시, 「강남 심야 자율주행택시 7→19대로 확대」,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