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공개된 PISA 2025 결과에는 서로 반대 방향처럼 보이는 두 숫자가 함께 들어 있다. OECD 국가 학생의 46%가 학교 공부를 위해 AI 챗봇을 적어도 주 1회 사용한다고 답했다. 동시에 OECD 평균 읽기 점수는 2015년보다 28점 낮아졌다. 학생들은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정보 도구를 손에 넣었지만, 읽고 이해하는 기본 성취는 오히려 약해지고 있다.[^1]

이 두 현상을 곧바로 인과관계로 연결할 수는 없다. 읽기 성취 하락은 AI 이전부터 진행됐고, 팬데믹·가정환경·학교 시스템·디지털 미디어 등 여러 요인이 겹쳐 있다. 다만 AI가 교실에 빠르게 들어오는 지금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생겼다. 학생이 더 좋은 답을 제출하는 것과 학생 자신이 더 많이 배우는 것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생성형 AI는 이 둘을 이전보다 훨씬 쉽게 분리한다. 과제를 요약하고, 문장을 고치고, 문제의 풀이를 만들고, 코드의 빈칸을 채울 수 있다. 결과물은 좋아질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동안 학생에게 필요한 읽기, 기억, 추론, 오류 수정의 과정이 사라지면 성취물은 개선돼도 능력은 남지 않을 수 있다.

AI 교육의 핵심 문제를 부정행위나 사용 금지에만 두면 이 지점을 놓친다. 더 중요한 질문은 어떤 인지적 작업을 학생에게 끝까지 남겨둘 지 결정하는 일이다.

AI가 결과물 품질을 높이는 과정과 읽기·기억·추론·오류 수정으로 실제 학습이 남는 과정을 대비한 인포그래픽

읽기는 정보를 얻는 방식이 아니라 생각을 만드는 훈련이기도 하다

읽기의 쇠퇴를 두고 흔히 나오는 반응은 실용적이다. 긴 글을 읽지 않아도 영상과 요약으로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굳이 예전의 형식을 고집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AI가 책과 논문을 몇 초 만에 요약할 수 있게 되면서 이 질문은 더 강해졌다.

하지만 읽기의 가치를 정보 전달 효율만으로 평가하면 중요한 부분이 빠진다.

긴 글을 읽는 동안 독자는 앞에서 나온 정보를 작업 기억에 붙잡고, 뒤에서 새로 들어온 주장과 연결한다. 이해하지 못한 문장을 다시 읽고, 저자의 주장과 근거를 구분하고, 자신의 예상이 틀렸을 때 해석을 수정한다. 소설이라면 명시되지 않은 인물의 동기와 맥락을 스스로 복원한다. 이 과정은 정보를 받는 것보다 느리지만, 바로 그 느림 때문에 독자가 해야 할 일이 생긴다.

미국의 NAEP에서도 읽기 약화는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고 있다. 가장 최근인 2024년 평가에서 미국 4학년과 8학년의 평균 읽기 점수는 2022년보다 낮았고, 12학년은 이전 평가인 2019년보다 낮았다.[^2] OECD의 PISA 2022에서도 독일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수학·읽기 성적이 팬데믹 이전부터 약화되는 흐름이 확인됐다. 독일은 2022년에 수학·읽기·과학 세 과목 모두 역대 PISA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3]

이런 흐름을 단순히 “학생들이 책을 덜 읽어서”라고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교육 시스템이 이미 기초 학습의 약화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 읽기와 문제 풀이를 더 쉽게 우회할 수 있는 도구가 보편화되고 있다는 점은 중요하다.

AI는 약한 기초 능력을 자동으로 보완해주는 장치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약한 상태를 눈에 보이지 않게 만드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

수업 현장에서는 이미 ‘잘 푼 것처럼 보이는 것’과 ‘실제로 배운 것’ 간에 차이를 보인다

이 차이는 실제 실험에서도 관찰된다.

고등학생 약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수학 수업 현장실험에서 일반적인 GPT 인터페이스에 접근한 학생들은 연습 문제를 풀 때 성과가 크게 좋아졌다. 하지만 AI가 제거된 뒤 치른 시험에서는 AI를 쓰지 않은 학생보다 성적이 17% 낮았다. 학생들이 연습 과정에서 AI를 답을 얻는 지름길로 사용하면서 문제를 스스로 푸는 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것이다.[^4]

같은 연구에서 결과는 AI 사용 자체보다 AI가 어떻게 행동하도록 설계됐는가에 따라 달라졌다. 교사가 만든 힌트를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도와주고 정답을 바로 주지 않는 GPT Tutor에서는 이러한 학습 저하가 대부분 사라졌다. 연습 성과를 높이는 기술과 학습을 보존하는 기술이 같지 않다는 의미다.

2026년 8월 공개된 Khanmigo의 2년간 학교 실험도 비슷한 방향을 보여준다. 미국 테네시의 18개 중학교에서, 정답을 직접 주기보다 코칭하도록 설정된 AI 튜터를 사용한 학생들의 수학 성취는 학기당 약 1.3 백분위, 연간 약 0.06~0.08 표준편차 개선됐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 효과가 기존 Khan Academy 연습과 비슷한 규모였고, 학생들이 AI 튜터와 깊게 상호작용한 빈도도 낮았다고 보고했다.[^5]

중요한 것은 “AI 튜터가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라는 이분법이 아니다. 기술 접근권 자체보다 학생이 어떤 종류의 인지 활동을 하도록 설계했는지가 성과를 좌우한다는 점이다.

정답을 대신 만들어 주는 AI는 수행(performance)을 개선한다.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힌트를 제공하며 학생이 스스로 다음 단계를 찾게 만드는 AI는 학습(learning)을 보조할 가능성이 더 크다.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교육에서는 완전히 다른 제품이다.

PISA 2025와 교실 실험 근거를 통해 AI가 수행 성과를 높여도 실제 학습 향상을 보장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인포그래픽

학생의 주의력은 무한한 자원이 아니다

이 문제는 AI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디지털 환경은 이미 학생의 주의력을 여러 작업 사이에서 계속 이동시키고 있다.

PISA 2025에서 OECD 학생의 28%는 과학 수업 대부분 또는 매 시간에 주변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로 산만해진다고 답했다. 디지털 방해를 경험했다고 답한 학생들은 사회경제적 조건을 보정한 뒤에도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과학 점수가 평균 11점 낮았다. 이 결과만으로 기기가 성적 하락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학습 환경에서 주의 전환 비용이 무시할 수준은 아니라는 신호다.[^1]

인지과학에서도 두 작업을 동시에 처리한다고 느끼는 상황 상당수는 실제로는 빠른 전환에 가깝다. 특히 비슷한 인지 자원을 요구하는 작업일수록 서로 간섭한다. 복잡한 글을 읽으면서 메시지에 답하고, 강의를 들으면서 다른 화면을 확인하고, 문제를 풀면서 AI가 제안하는 답을 계속 비교하는 상황에서는 각 행동의 작은 전환 비용이 쌓인다.

여기에 생성형 AI가 추가되면 또 하나의 역설이 생긴다. AI는 학습자의 인지 부담을 줄여준다. 바로 이것이 장점이다. 그런데 학습의 목적 자체가 그 인지 능력을 만드는 것이라면, 너무 빠르게 부담감을 제거 하는 것은 학습의 대상까지 제거할 수 있다.

계산기가 이미 숙련된 사람의 계산 부담을 줄이는 것과, 사칙연산을 배우는 학생이 처음부터 모든 계산을 계산기에 맡기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번역기가 다국어 협업 비용을 낮추는 것과 외국어 학습 과정 전체가 무의미해지는 것도 같은 결론이 아니다. 작업을 대신할 수 있다는 사실과 그 능력을 배울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구분해야 한다.

그래서 AI 교실의 설계 단위는 ‘도구 허용 여부’가 아니라 학습 단계여야 한다

미국 교육부의 AI 교육 가이드라인은 AI를 개인화 학습, 튜터링, 진로 지원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사용 목적과 교육적 성과를 중심에 두도록 요구한다.[^6] 실제 교실에서는 이 원칙을 더 구체적인 순서로 바꿀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학생이 긴 글을 이해해야 하는 과제라면 처음부터 AI 요약을 보여주는 것보다 먼저 원문을 읽고 자신의 요약을 만들게 할 수 있다. 그 다음 AI가 빠진 논점을 지적하거나 반론을 제시하게 한다. 수학 문제라면 학생이 첫 접근을 시도하고 막힌 지점을 기록한 뒤 힌트를 요청하게 한다. 글쓰기에서는 초안을 AI가 대신 만드는 대신 학생이 논지와 근거를 먼저 구성하고, AI는 반례·구조·표현을 검토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좋은 AI 교육 도구의 질문은 “얼마나 많은 일을 대신해주는가”가 아니다.

학생에게 꼭 필요한 어려운 학습 과정을 어디까지 남겨 놓을지가 중요하다.

교육에서 모든 마찰은 나쁜 것이 아니다. 검색에 오래 걸리는 시간, 반복적인 형식 작업, 즉각적인 피드백 부재처럼 학습과 무관한 마찰은 줄이는 편이 낫다. 반대로 기억에서 정보를 꺼내고, 긴 문장을 이해하고, 논리를 구성하고, 틀린 답을 고치는 과정은 불편하지만 그 자체가 학습이다.

AI 도입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이 두 종류의 마찰을 구분하는 것이다.

원문 읽기와 첫 시도는 학생이 직접 수행하고 이후 AI 피드백과 수정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한 학습 단계 인포그래픽

평가도 단순 결과물 평가에서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것’으로 이동해야 한다

AI가 보편화되면 과제 품질만으로 학생의 능력을 판단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완성된 글, 코드, 보고서가 좋아졌다는 사실은 학생이 그 능력을 획득했다는 증거가 아닐 수 있다.

따라서 평가도 바뀌어야 한다. AI와 함께 만든 결과물을 평가하는 것과 AI 없이도 유지되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수업 중에는 AI를 적극 사용하되, 일정 구간에서는 원문을 읽고 설명하는 능력, 풀이 과정을 재구성하는 능력, 자신의 주장에 대한 반론을 즉석에서 다루는 능력을 별도로 확인할 수 있다. AI 사용 기록 자체를 감시하는 것보다 학생이 무엇을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편이 교육 목적에 더 가깝다.

이 관점에서는 AI 금지와 AI 전면 허용이 모두 지나치게 단순한 정책이 된다. 문제는 도구의 존재가 아니라 학습 목표와 도구 역할의 정렬이다.

AI 시대에 읽기가 더 중요해질 수 있는 이유

AI가 충분히 좋아지면 정보 검색, 번역, 요약, 초안 작성 같은 활동의 경제적 가치는 일부 낮아질 것이다. 그렇다고 읽기와 언어 능력의 가치가 같은 속도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생성된 답을 평가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원문을 이해하고, 주장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파악하고, 정보가 빠졌는지 확인하는 능력이 더 필요하다. AI가 더 많은 문장을 만들어낼수록 인간의 역할은 문장을 생산하는 데서 그 문장이 믿을 만한지 판단하는 쪽으로 이동한다.

그 판단을 다시 AI에 전부 맡길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지점에서는 사람이 시스템 밖에서 기준을 가져야 한다. 무엇이 좋은 설명인지, 어떤 근거가 충분한지, 어떤 문장이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지 판단하려면 내부에 축적된 지식과 읽기 경험이 필요하다.

그래서 AI 시대의 교육은 기술을 덜 쓰는 방향으로 갈 필요가 없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쓸 수 있다. 다만 순서를 바꿔야 한다.

먼저 읽고, 먼저 생각하고, 먼저 시도한다. 그 다음 AI를 사용한다.

AI가 학생 대신 답을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학생의 생각을 검증하고 확장하는 도구가 될 때, 기술은 학습을 우회하는 지름길이 아니라 학습의 피드백 장치가 된다.

지금 교육 시스템이 지켜야 하는 것은 과거의 공부 방식 자체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무리 좋아져도 외주화하기 어려운 능력이다. 오래 집중하는 힘, 복잡한 문장을 따라가는 힘, 자신의 오류를 발견하는 힘, 그리고 도움 없이도 일정한 수준까지 문제를 밀어붙일 수 있는 힘이다.

AI가 답을 만드는 비용을 거의 0에 가깝게 낮출수록, 학교가 가르쳐야 할 것은 역설적으로 답이 나오기 전 인간 내부에서 일어나야 하는 과정일 가능성이 높다.

[^1]: OECD, “PISA 2025 Results (Volume I),” September 2026. https://www.oecd.org/en/publications/pisa-2025-results-volume-i_73451bc5-en.html [^2]: National Center for Education Statistics, “NAEP Reading Assessment — 2024 Results.” https://nces.ed.gov/nationsreportcard/reading/ [^3]: OECD, “PISA 2022 Results — Country Note: Germany.” https://www.oecd.org/en/publications/pisa-2022-results-volume-i-and-ii-country-notes_ed6fbcc5-en/germany_1a2cf137-en.html [^4]: Bastani et al., “Generative AI without guardrails can harm learning: Evidence from high school mathematics,” PNAS, 2025. https://doi.org/10.1073/pnas.2422633122 [^5]: Philip Oreopoulos and Nina Low, “One Click Away: AI Tutoring with Khanmigo in a Two-Year School Experiment,” NBER Working Paper 35620, August 2026. https://www.nber.org/papers/w35620 [^6]: U.S. Department of Education, “U.S. Department of Education Issues Guidance on Artificial Intelligence Use in Schools,” July 22, 2025. https://www.ed.gov/about/news/press-release/us-department-of-education-issues-guidance-artificial-intelligence-use-schools-proposes-additional-supplemental-priority